지난 2일 오후 지하철 1호선 부평역 앞. 대형 관광버스 2대가 나란히 정차한 뒤 중국인 관광객 50여명이 버스에서 내린다. 이들은 가이드 인솔 하에 두 팀으로 나눠 부평역 지하도로 직행했다. 이들 관광객이 부평역을 찾은 이유는 부평지하도상가에서 쇼핑을 하기 위해서다.

관광객들은 ‘언니~이거 몇 원이에요?’라며 상품의 가격을 물었다. 상인과 외국인은 몸짓과 얼굴 표정으로 대화를 이어갔다. 우여곡절(?) 끝에 의류 상품을 구입한 중국인 관광객은 의류 매장에서 나와 화장품 매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최근 인천시 부평역 인근에는 10~20대 젊은이들을 비롯해 외국인 관광객들이 수두룩하다.

낮에는 지상·지하 상가의 의류매장 등에서, 저녁이 되면 젊은이들이 유흥을 즐기는 장소로 변한다. 골목 안쪽으로 식당, 호프집, 노래방 등이 불야성을 이룬다.

주말 오후면 이 일대는 역사와 버스정류장에서 빠져나오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지난 1978년 북부교육청 지하상가로 시작해 2000년 부평민자역사 쇼핑몰과 연결하는 대아 지하도가 뚫리면서 부평지하도상가는 모두 5개의 상가로 서로 연결됐다.

부평지하도상가의 규모는 2만6천800㎡에 달한다. 전국의 지하도상가 중 최대 규모인 만큼 하루 유동인구는 평균 12만 명, 주말에는 약 20만 명이 들락거린다.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동인천역, 주안역 등에 있던 상권은 90년대 후반부터 부평역 인근으로 옮겨졌다. 지상 건물들은 ‘문화의 거리’와 ‘테마의 거리’로 나눠졌으며, 지하에는 중저가 제조·직매형 패션 등 의류·잡화 매장이 늘어나면서 명실 공히 ‘인천의 명동’으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20’ 만 명 주말 평균 유동인구

하루 평균 12만 명

지난해 외국인 방문 330만 명

최근 몇 년 사이에 불기 시작한 한류 열풍으로 한국에서 가장 큰 혜택을 본 지역을 꼽으라면 단연 부평이다.

인천시에 따르면 지난해 부평지하상가를 방문한 외국인 수는 330만여 명으로, 이는 인천을 찾은 전체 외국인 관광객 수 979만 명의 32%에 해당하는 숫자다.

드라마와 K팝 아이돌 그룹을 통해 한국 대중문화를 접한 상당수 관광객이 한류 스타들이 광고하는 패션·뷰티매장과 한국에서 유행하는 의류를 싸게 구입할 수 있는 매장이 집중된 부평을 찾으면서 ‘쇼핑타운’으로 거듭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편하게 결제 할 수 있게 ‘은련카드’ 결제 시스템도 구축돼 운영되고 있다. 외국인들이 한국을 방문할 때 한화도 준비하지만 신용카드를 쓰는 것을 선호한다. 그래서 적용시킨 것이 ‘은련카드’ 결제 시스템이다. 신용카드는 물론 달러를 내도 물품을 구매할 수 있게끔 했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이 보다 편하게 쇼핑할 수 있게끔 만들어 구매를 촉진하도록 한 것이다.

최근 한 매체에서 조사한 ‘2011년 한국 100대 상권’에서 부평 상권은 11위에 올랐다. 인천지역은 70위 연수구(대동월드), 99위 남동구(구월동로데오거리) 등 전체 100곳 중 3곳이 꼽혔다.

부평역 주변 상권의 연매출은 1조4천391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하루 평균 매출만 약 40억 원이 넘는 셈이다. 더구나 이 수치는 휴대폰 통화, 카드 사용액 등이 활용됐기 때문에 현금사용 비율이 비교적 높은 부평지하도상가 상권의 실제 매출은 이보다 더 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10’ ~20대 젊은 층 주 방문객

중저가 제조·직매형 매장

‘인천의 명동’ 자리매김

젊은이들의 거리로 성장하면서 패션과 놀이 문화의 상징이 된 부평.

부평역지하도상가는 여느 지하도처럼 의류와 잡화를 주로 취급한다. 지상에 조성된 문화의 거리가 브랜드 의류 중심이라면, 지하도 상가는 10~20대용 저렴한 보세 옷이 주류다.

젊은 층에 맞게 디스플레이와 인테리어 고급화에도 신경 쓴다. 대부분 16㎡(한칸) 남짓한 작은 매장들이지만 일부 점포는 50㎡(세칸)으로 규모를 확장해 3~5명의 직원을 쓰기도 한다. 소상공인진흥원의 상권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평지하도상가의 점포 시세는 한 칸당 보증금 500만~5천만 원, 월 임대료 50만~150만 원 선으로 나타났다.

값비싼 의류 및 잡화를 판매하지 않기 때문에 수입이 적을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상인들은 ‘뭘 모르는 소리’라고 입을 모았다.

인구 285만 명인 인천시 여러 상권 중에서도 가장 많은 유동인구가 오가는 곳인데다, 역사 주변에 조성되어 있어 타 지역 인구까지 유입되고 있는 점, 대량 구매가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늘어나고 있는 점 등을 꼽았다.

가장 큰 기폭제는 이 모든 것이 법인체제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사)인천시지하도상가연합회를 축으로 부평역지하도상가(421점포)·신부평(186점포)·중앙(256점포)·대아(209점포)·부평시장(298) 등 5개 관리법인이 나누어 운영하고 있다. 부평 상권을 이끄는 주역은 점포를 운영하는 상인들이라는 것이다.

지난 2001년 부평지하도상가의 상인들은 유통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 63억 원 전액 상인부담으로 시설현대화 사업을 벌였다. 또 상가 및 매장 홍보를 위한 영상 홍보관(2천만 원) 설치, 에너지 절약을 위해 LED 조명 교체(4억5천만 원 중 50%) 등을 추진했다.

‘5’ 개 관리법인 체제 운영

시설현대화 전액 상인 부담

‘은련카드’ 외국인 결제 시스템

고객중심의 상가 운영과 상인의식개혁을 위한 각종 교육도 병행하고 있다. 친절서비스, IT, 디스플레이, 경영지도, 점포 지도 등을 배우는 상인대학과 맞춤형 교육 및 특강을 실시하고 있다.

고객들을 위한 각종 이벤트도 진행된다. 패션 트렌드 창출과 상가 내 판매 제품으로 이루어진 패셔니스트를 홍보하기 위한 패션쇼도 열린다. 지역 대표축제인 ‘부평풍물대축제’ 기간에는 마임, 비보이, 실내악 등 이벤트도 진행된다.